4.14 by TunaCat

사람 얼굴은 정말 매력적이다. 아주 조그마한 움직임만으로도 느낌이 무척이나 달라진다. 영화관 같은 곳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확대된 배우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 미묘함은 배가된다. 확실히 마음을 움직이는 점이 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종종 사람 얼굴을 잔뜩 당겨서 화면에 담곤 하는데, 일관된 취향인가보다. 대화 할 때 사람들 눈을 바라보거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처다보는 것도. 누군가 너는 사람들을 관찰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행동 때문이었나보다.

4.1 by TunaCat

'사람들이 한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반대편 문을 열고 나오면 그 동안 어느새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되는 자그마한 방'과 같은 사람.

2. 9 by TunaCat

 그 사람과는 어째서 계속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냐고 내가 묻자, "공통점이 있잖아, fidelity"라고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난 어떤 의미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fi...뭐?"라고 되물어야 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영 못알아들을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그에 따른 충족/실망의 반복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그들이 서로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내 질문을 받았던 사람은 자신이 친구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조금 독특한 것들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걸 설명하는 말이 fidelity였나보다. '이러이러한 점에서 서로 죽이 잘 맞는다'는 말을 'fidelity'로 표현한 건 따지고보면 상당한 포장이다.

1. 24 by TunaCat

 전라북도에 송광사라는 절이 있다. 전남에 있는 커다란 송광사와는 이름만 같은 곳인데, 완주군 소양이라는 동네에 있어 아는 사람만 아는 작은 절이다. 원래 별로 볼 게 없는 절이긴 했지만 사세가 점점 커지면서 절도 점점 볼품없이 커져서, 이제는 송광사에 가면 오히려 유머러스한 느낌까지 든다. 아무튼. 그럼에도 전주에 살던 때에는 그 멋없음과 헛헛한 느낌에 끌려 가끔 들러 앉아있곤 했었다. 송광사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절 앞길에 가득한 벗나무가 생각나고, 천왕문 앞을 꾸벅꾸벅 돌아다니던 두꺼비가 떠오른다. 천왕문을 지나서 행랑채 앞에 걸터앉아 대체 왜 이 절은 이렇게 생겼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었다. 반들반들하게 닦여진 행랑채 마루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꽤 강하게 남아있는데, 아마 그때 처음으로 빗소리가 그렇게 크다는 걸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두두두두둑. 말 소리도 차 소리도 냉장고 소리도 없는 우두두두두둑. 도시에는 소리가 많다. 도시에서 살면서 그나마 조용하다고 느낄 때에도 어디 멀리서 무언가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소리는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귀는 눈과 달라서 닫아 막아버릴 수도 없다. 소리없음이 좀 부족하다. 지난 주말에 산 속에서 밤을 맞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다시 했다. 그리 깊은 산 속도 아니었는데 그 아무것도없음이란게 무서울 정도였다. 아, 이런 느낌도 있었지. 달도 안뜬 밤 도솔산을 아슬아슬하게 걸어 내려올 때나 가로등 하나 없는 록키 산맥의 무슨무슨 공원이라는 곳에서 해지는 모습을 볼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고요함 속에서야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 첫글자 '고'만 봐도 지겨울 정도로 지루한 이야기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면 나 자신 밖에 기댈 곳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런 시간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1.17 by TunaCat

 내 책상 위에 있는 달력은 한화에서 만들어 배포한 달력이다. 한화라는 기업 이름을 일년에 한 번이나 들을까 말까 한 나로써는 이 달력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오게 됐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지만, 뭐 그다지 나쁘지 않아서 그냥 두고 쓰고 있다. 벽에 거는 달력은 기왕지사 예쁜 녀석이 좋지만, 탁상달력은 깔끔한 디자인에 메모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뭔가 일이 생기면 달력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괜시리 워터마크로 배경이 들어가 있다거나, 캐릭터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달력은 오히려 불편하다. 새해가 시작되고 보름 정도 깨끗하게 남아있던 달력은, 요 얼마간 사이에 이런 저런 일정과 메모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지저분한게 글씨가 쓰여진 달력을 보고있으면 음,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하는 약간의 한탄과 오, 이것 봐라-하는 기대감이 동시에 든다. 기왕이면 재미있고 신나게. "새로운 거, 멋있는 거, 그런 거 못쓰는거야 아주"를 입버릇 처럼 달고 다니는 친구 녀석이 내 달력을 보면 "적당히 하고 관둬"라고 결연하게 참견하겠지.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리 트윗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