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에서는 언제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차장이란 공간이 애시당초 무엇을 어떻게 한다고 해도 기분좋은 곳이 되기는 어려운 장소이다. 음악이라도 흐르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른다. 누구의 취향따위를 세세하게 고려해 줄 여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마다 매번 이런 식은 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신세계로부터', 'Ride of Valkyries', '운명'교향곡, 다시 '신세계로부터', '마탄의 사수', 알 수 없는 바그너.
지난 며칠 간의 선곡이다. 농담이 아니다.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아침부터 바그너를 내보내는 FM이 있을리 없으니 분명 누군가의 선곡일 것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저런 선곡표를 만드는 것일까. 어쩌면 스타벅스와 같이 위에서 내려오는 선곡표를 따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침마다 야간근무에 지친 당직자가 자신의 심경을 담아 세심하게 곡을 고르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왕벌의 비행'이 흘러나오는 아침마다 불쌍한 당직자에게 위로의 음료수라도 건내야 할 것이다.
과연 이것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일일까? 분명 좋은 곡들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멋진 곡들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출근길에 주차장에서 듣기에 적절한 음악인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아니 애초에 지하 주차장에 어울리는 곡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산뜻한 모짜르트나, 따뜻한 쇼팽이라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쇼팽이라면 역시 짐머만이 좋겠다. 세상 어딘가에는 짐머만이 연주하는 쇼팽의 발라드가 흘러나오는 지하 주차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라면 좋다. 그런 곳이라면 기왕 선곡한 음악이 잘들릴 수 있도록 주차장에 카펫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그 지하 주차장에 사는 쥐들은 연미복을 입고, 까다로운 취향으로 치즈를 골라 은쟁반에 담아 카펫 위로 옮길 것이다. 브리와 에멘탈을 먹는 쥐들 사이에서도 나는 낡은 쉐비를 몰고 출근을 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