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주차장 by Tuna


지하 주차장에서는 언제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차장이란 공간이 애시당초 무엇을 어떻게 한다고 해도 기분좋은 곳이 되기는 어려운 장소이다. 음악이라도 흐르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른다. 누구의 취향따위를 세세하게 고려해 줄 여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마다 매번 이런 식은 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신세계로부터', 'Ride of Valkyries', '운명'교향곡, 다시 '신세계로부터', '마탄의 사수', 알 수 없는 바그너.

지난 며칠 간의 선곡이다. 농담이 아니다.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아침부터 바그너를 내보내는 FM이 있을리 없으니 분명 누군가의 선곡일 것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저런 선곡표를 만드는 것일까. 어쩌면 스타벅스와 같이 위에서 내려오는 선곡표를 따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침마다 야간근무에 지친 당직자가 자신의 심경을 담아 세심하게 곡을 고르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왕벌의 비행'이 흘러나오는 아침마다 불쌍한 당직자에게 위로의 음료수라도 건내야 할 것이다.  

과연 이것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일일까? 분명 좋은 곡들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멋진 곡들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출근길에 주차장에서 듣기에 적절한 음악인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아니 애초에 지하 주차장에 어울리는 곡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산뜻한 모짜르트나, 따뜻한 쇼팽이라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쇼팽이라면 역시 짐머만이 좋겠다. 세상 어딘가에는 짐머만이 연주하는 쇼팽의 발라드가 흘러나오는 지하 주차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라면 좋다. 그런 곳이라면 기왕 선곡한 음악이 잘들릴 수 있도록 주차장에 카펫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그 지하 주차장에 사는 쥐들은 연미복을 입고, 까다로운 취향으로 치즈를 골라 은쟁반에 담아 카펫 위로 옮길 것이다. 브리와 에멘탈을 먹는 쥐들 사이에서도 나는 낡은 쉐비를 몰고 출근을 하겠지만. 




베를린의 에어비엔비는 망하고야 마는가 by Tuna


1. 
설 연휴에 추석 연휴의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 발빠른 움직임으로 9월의 베를린 여행이 결정됐었다. 
혼성 3인조로 여행을 가는 터라 숙소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어, 평소와 다르게 서둘러 에어비엔비를 통해 그럴싸한 아파트먼트를 예약하고 대금까지 지불했었는데. 두둥.

"Berlin's government legislates against Airbnb"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6/may/01/berlin-authorities-taking-stand-against-airbnb-rental-boom

이런 기사가 뜨더니 돌연 숙소 예약 취소 메일을 받았다. 에어비엔비와 같은 변태적인 숙박영업으로 거주자들이 불편을 겪으니 이를 근절하려고 억대의 벌금을 부과하는 모양. 대충 보아하니 가려고 했던 아파트먼트의 주인도 이웃의 신고로 엉업을 중지한 듯 했다. 베를린은 유럽에서 주거환경이 안정된 편이지만, 최근들어 임대료가 상승하는 추세라 하니. 지속가능한 관광/생활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기도 했다. 

에어비엔비에서는 지불했던 백삼십만 원을 환불해주는 것과 더불어서,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재계약 할 경우 쓸 수 있는 십삼만 원 가량의 포인트를 주고 입을 씻었다. 여행이 몇 개월 남았기에 망정이지, 일주일 전 즈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거다. 

여하간 이런 일들로 에어비엔비에 등록된 베를린의 숙소 중 상당수가 문을 닫은 것 같다. 운 좋게 영업을 하는 곳도 언제 신고에 걸려들어갈지 모르는 노릇이니, 다시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긴 좀 어렵겠다 싶어 결국 눈을 돌렸다. 

2.
혼성 삼인조가 지낼 숙소를 예약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블 룸에 간이 침대를 놓고 지내자니, 휴가차 온 직장인 들의 여행 치고는 좀 궁색하다 싶었다. 인생이 궁색한데 여행따위 좀 궁색하면 어떠냐 하다가도

사진을 보면은 또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싱글룸과 더블룸을 하나씩 하는 것도 뜻과 같지 않았다. 물론 예산만 충분하다면 힐튼의 돔 스위트 같은 곳도 가능은 하다. 위치나 위생, 편의, 사생활, 예산과 같은 요소 중 몇 가지를 포기한다면 옵션이 적지는 않다. 

3.
결국 컨셉을 바꾸고 타협 가능한 가격의 숙소를 찾아낸 것이 Linnen Berlin(http://www.linnenberlin.com/index.html) 
나름 각종 여행 사이트에서 호텔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준수한 곳인 듯. 특히 i-escape의 리뷰(https://www.i-escape.com/linnen)가 꽤 도움이 되었다. 사이트가 매우 보기 좋다. 

예약한 방은 Linnen의 스위트(http://www.linnenberlin.com/suite.html)인데, 컨셉이 재미있다. 


두 개의 방에(거실이 없..) 퀸 베드 두개가 마련되어 있어 잠자리도 나쁘지 않다. VAT 10% city tax 7% 포함하고 4일 이상 숙박 5% 할인, 미리 예약 5% 할인 등등. 결국 7일 숙박에 160만원이 채 들지 않았으니 그럭저럭 선방했다 친다. 호텔 자체도 주관이 뚜렷해 보여서 흥미롭다. 운영하는 카페도 괜찮은 모양. 위치도 좋다.

4.
숙소와 항공권과 Musikfest Berlin의 피날레 표도 구하였으니 이제는 안정권이다. 잠자고 Berlin Artweek의 일정이 뜨기를 기다리며 좋은 산책 코스나 찾아보면 되겠다. 9월 전까지 끝내야하는 일들이 산더미인데, 멀리 넘어다 보며 발끝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어린이와 어버이를 위한 가족묘 by Tuna

1.
연휴가 지나고 나니 내 묏자리가 생겼다. 기분이 묘하긴 한데 딱히 나쁠 일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족 봉안묘라는데, 남아있는 규격이 '여덟 位' 짜리 뿐이라 그것으로 계약을 했단다. 가족들은 산을 서너 개는 넘고 강을 또 두어 개 건너야 갈 수 있는 선산보다는, 서울 가까운 추모공원이 아무래도 낫겠다 생각한 것 같았다.   

2. 
어린이 날은 안중에도 없었고, 어버이 날은 안중에만 있었다. 

3.
고기리에 있는 오래된 밥집에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 모두들 맛있게 먹어 참 다행이었다. 너무 맛있게 먹다가, 나는 사실 엄마 음식보다 이 집 음식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할 뻔 했다. 어버이 날이 안중에라도 있었으니 다행이다. 

[Musikfest Berlin] 엘가 제론티우스의 꿈 by Tuna

9월에 베를린에 가게되었다. 기왕 베를린이니 역시 필하모니. 하여 찾아보니 마침 '베를린 무지크페스트'(라고 읽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라는 연례 음악축제 기간과 겹친다. '베를린 아트위크'와도 겹치는데 그쪽은 아직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았다.  


베를린 필하모니(Philharmonie)에는 꼭 가보고 싶었다. 모든 자리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카라얀의 서커스'를 놓칠 수는 없지 않겠나. 일정상, 그리고 취향상 아무래도 피날레 공연의 표를 구해야겠는데 거의 매진이어서 아슬아슬했다. 수고로움을 감수해준 동행인의 노력으로 겨우 피날레 공연의 표를 구했는데, 티켓을 한국으로는 보내주지 않는 모양. 뭐 방법이 있겠지 싶다. 

페스티벌 피날레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를 이끌고 엘가의 "제론티우스의 꿈"을 선보인다. 피쳐링 Sarah Connolly, Jonas Kaufmann, Thomas Hampson으로 쟁쟁한 라인업이긴 한데, 잘 모르니 그냥 그렇다. 사실 엘가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죄석 배치도만 봐도 근사하다. 건물 투어 같은 것도 해주는 모양인데 10명 이상만 신청 가능하단다.
http://www.berlinerfestspiele.de/en/aktuell/festivals/musikfest_berlin/ueber_festival_mfb/das_festival_2016_mfb/intro_mfb16.php



のりこえること by Tuna

1.
"人は習慣に体を委ねることで時に心の辛さを乗り越えることができます"
만화책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다. 쉼 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참으로 좋은 충고가 아닐 수 없다. 

2.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그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이 나를 무척 답답하게 했다"는 말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여하튼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사는 것은 여러 차별을 견뎌야하는 일이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그 친구는 자기 생각을 충분히 말할 수 없는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요즈음,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의들에서 가끔 그 비슷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몹시 미묘한 것이어서 경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 선을 훌쩍 넘어버리는 일 없이 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말하지 않고 짐작만 해서는, 어림없다.

3. 
현대백화점에서 하는 '윈도우 베이커리 컬렉션'에 다녀왔다. 윈도우 베이커리라는 말도 당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뭐 여러모로 그저 그랬지만, 좋은 취지로 하는 행사라니 별 기대 없이 들러보자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가 보니 이것저것 다 맛있어서 기부금을 조금 더 내야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무사이로 커피도 참 좋았고, 롤케이크도, 티라미수도 맛이 좋았다. 리틀앤머치의 단것들을 제법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모양이었는데, 다음에 강남구청역에 들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담처럼 늘어선 사람들의 줄을 넘어 옥상정원에 가 앉았다. 전원주택의 뒷마당에 놓을 법한 의자와 테이블들이 근사하게 늘어서 있었다. 직접 앉아보고, 필요하면 주문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만한 가구들을 살 여유도 없고, 산다 해도 놓을 장소를 찾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별 생각 없이 앉아서 바람을 맞는 것은 참 좋았다. 별 생각 없이 백화점 옥상에 앉아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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